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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툴리안, 한국이단을 만나다! (上)
 
 

기독교 역사에서 끊임없이 발흥해온 새로운 신앙운동은 교회의 성장을 위한 긍정적인 형태로 정착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교회의 정통적 신앙고백으로부터 멀어진 부정적인 이단 운동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이단은 다양한 모습으로 교회에 도전해 왔다. 이단에 대한 교회사적 연구는, 동시대 교회의 정체성과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접근방법이며, 이단의 도전에 대한 교회의 체계적인 응전의 결과물이 바로 신학이다. 

 

터툴리안, 한국이단을 만나다! (上)
▲탁지일 교수 
  현대종교 이사장 겸 편집장 
  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이단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지만, 교회는 영원하다. 초대교회 발흥기에 시작한 한시적인 기독교 이단 운동들은, 시공간을 넘어 보편적 성격을 드러낸다. 초대교부 터툴리안(160~225)의 “이단 대처 방안(Prescription against Heretics)”에는, 현대 한국 기독교 이단의 속성을 간파한 언급들이 나타난다.1) 이 글의 목적은, 터툴리안의 혜안(慧眼)을 통해 최근 주목받는 이단들의 동향과 성격을 분석하는 것이다.2)


1. 미혹의 기술

누구든지 이단에 미혹된다. 상식과 지적 수준은 결코 이단 예방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단을 선택한 자신의 결정과 교주에 대한 신격화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쉽게 전락한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이단에 미혹되는 순간,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교리를 거리낌 없이 수용하게 된다. 터툴리안은 다음과 같이 경계한다.

연약한 사람은 쉽게 이단의 미혹에 넘어가고 실족한다. 믿음이 좋고, 신중하며, 교회의 신임을 받는 사람들이 왜 이단에 미혹되는지 궁금해 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결코 이단에 미혹될 수 없는가? 선했던 사울이 다윗에 대한 질투로 인해 넘어졌고, 선했던 다윗도 우리아를 살해와 간음의 죄를 범했다. … 온전하게 지혜롭고 신실하며 존엄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선한 싸움을 싸워야 한다.3)


성공하는 한국 이단들에게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특징들이 있다. 즉 이단 교주는 사회적 ·신학적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성경을 보는 눈이 ‘창의적으로’비성경적이다. 침소봉대(針小棒大)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은 기본이다. 하지만 교주의 핵심간부들은 대부분 고학력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자신의 지식을 최대한 동원해서, 어눌한 교주의 행태와 주장을 체계적인 교리로 발전시켜 신격화하고, 이를 가지고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세뇌하거나 체계적으로 통제하는데 사용한다. 성공하는 이단 교주들에게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학술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전쟁 이후 발흥한 기독교 이단 운동들에 대한 사례연구 속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특징들이다. 이들 특징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단 교주들의 실상과 허상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이단 교주들은 성경을 제대로 알지 못해야 성공한다. 한국의 이단 교주들은 정규적인 사회교육이나 신학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교주들은 성경 내용에 익숙하고, 나름대로 성경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 정통적인 성경관은 결여되어 있지만, 성경에 대한 문자적 집착과 해석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성경에 대한 창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올바른 성경지식의 부재는 성공적인 이단 교주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알아야’살지만, 반면 성공적인 이단 교주들은 성경을 ‘몰라야’성공할 수 있다. 성경의 참뜻을 몰라야 창의적인 비성경적 주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 스스로를 신격화된 존재라고 믿고 받아들이는 자기세뇌 과정을 거친 이단 교주들이 주로 성공한다. 성공한 이단 교주들의 대부분은 스스로를 신격화된 인물로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설픈 종교 사기범은 결코 이단 교주로 성공하기 어렵다. 스스로를 신격화된 존재라고 믿는 교주들만이, 확신을 가지고 사람들을 미혹하고, 신도들을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통제하고, 헌신이라는 미명으로 착취할 수 있다. 이단 관련 범죄의 경우 종교적 확신범에 의해 저질러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남을 죽이면 성전(聖戰)으로, 자신이 죽으면 순교(殉敎로 미화하는 것이 극단적인 종교범죄의 모습이다. 이로 인해, 종교범죄의 경우, 양심의 가책이 동반되기보다는 오히려 범죄에 대한 교리적 합리화가 이루어진다. 자신에 대한 신격화를 스스로 믿는 교주들이 성공하는 이유이다.

셋째, 이단 교주들은 성경의 내용을 자의적이고 임의적으로 바꿔야 성공한다. 성경의 보편적 가르침을 배타적인 자기중심적 교리로 바꿀 수 있는 이단 교주들이 성공한다. 그리고 자신의 교리가 성경 계시의 불완전성을 완성시킬 새로운 계시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만 자신의 독자적인 조직을 구축할 수 있다. 손익계산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안전지대인 가정과 교회를 떠나 이단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가정과 교회에 없는 것을 이단이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회도 옳지만, 자신들도 옳다고 주장하는 이단 교주가 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교회에는 구원이 없고 자신들에게만 구원이 있다는 배타적인 주장이 통해야 포교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단 대처는 일면 저작권 회복운동이다. 하나님께 저작권이 있는 성경의 거룩한 용어들을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이단들의 표절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 그래서 ‘신천지’라는 말을 들으면, 이단 신천지가 아니라,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하는 기독교인들의 종말론적 소망이 떠올라야 하고, ‘기쁜소식’이라는 표현을 보면, 구원파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연상되어야 한다.


넷째, 이단 교주는 자신이 따르던 교주를 딛고 넘어서야 성공한다. 그렇기에 새롭게 독립한 이단 교주들이, 한때 자신이 따라다니던 ‘재림 그리스도’를 ‘세례 요한’으로 폄하하는 현상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단 교주들은 한때 다른 이단 단체의 추종자들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독립해 스스로 교주가 되기 위해서는, 한때 자신이 추종하던 교주의 권위를 훼손해야만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 수 있는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단 교주들의 후계자들은 대부분 배신의 아이콘들이다. 자신의 스승을 넘어서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남성 2인자들의 배신을 수차례 목도해온 이단 교주들은 후계구도 정착에 남다른 신경을 쓰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단 교주들은 자신의 자리를 넘보는 남성 2인자들을 적절하게 눌러야 성공할 수 있다. 한국 이단 교주들의 말로는 대부분 순탄하지 못했다. 후계자들에게 배신당하거나, 2인자들의 배신으로 조직이 분열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배신자들은 남성들이다. 최근 주요 이단들의 후계자가 대부분 여성들인 사실을 보면, 남성 2인자들에 대한 경계심의 결과로도 일면 볼 수 있다. 즉 상대적으로 통제가 수월하기 때문에 여성 후계자를 선호할 수 있다.


여섯째, 이단 교주들은 돈을 벌어야 성공한다. 이강오 교수는 한국 신흥종교운동을 분류하면서 “기업형(企業形)”이라는 유형을 소개했다. 한국 신흥종교운동의 역사에는, 종교적 순기능을 한 단체들도 있지만, 착취를 통해 사리사욕을 채우며 종교적 역기능을 자행해 온 사이비 종교들이 다수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단 교주들에게 경제적 부의 형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교주의 조직에 대한 통제력과 영향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타바바라에 위치한 캘리포니아대학교(UCSB)의 종교연구소는, 신흥종교운동의 지속성에 영향을 주는 5가지 필요조건을 제시한다. 즉 신격화된 교주(prophet), 독창적인 교리(promise), 목적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plan), 환경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생존능력(possibility), 그리고 거점의 확보(place)이다. 이들 중 거점의 확보가 결국은 이단 운동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많은 이단들이 성지(聖地)개발로 위장한 부동산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일곱째, 이단 교주들은 속여야만 성공한다. 이단 교주들은 자신들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며, 심지어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사망한 이단 교주를 신도들은 여전히 불멸하는 영생불사의 존재로 신격화하기도 한다. 이단 문제는 상식과 합리성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신앙과 영적인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문제인 것이 분명하다. 안타까운 사실은, 신격화된 교주가 사망해도, 신도들이 이단 단체를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교주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 뿐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자존감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방어적 차원의 비정상적인 믿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즉 가족과 지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단을 선택했고 교주를 헌신적으로 추종했는데, 교주가 죽은 것이다. 그의 선택이 실패로 끝난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한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망한 교주를 신격화하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교주의 죽음을 미화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다.

그래야 남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단에 미혹된 신도들은 신격화된 교주가 사망해도, 그리고 약속된 종말이 오지 않아도, 이단을 떠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주의 죽음은 이단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기보다, 이단 피해 회복을 위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단에게 누구든지 미혹될 수 있다. 부끄럽거나 죄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단 문제는 오히려 감추면 감출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 목회자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건강하게 문제를 노출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비성경적이고 비상식적인 이단들에 대해, 기독교 전통에 부합하는 성경적 이단 대처와 주변 사회가 상식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이단 대처가 필요하다.

2. 세뇌의 기술

평범한 사람들이 이단에 빠진다. 물론 이단에 미혹될 수밖에 없는 원인제공요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착하고 순수하게 신앙생활을 하던 이들도 이단에 미혹된다. 이단의 교리교육을 받아들이게 되면, 가족들의 반대나 목회자의 권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같은 한국 사람이고 한국어를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다. 이단은 성경의 조각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보는 비성경적인 눈을 심어준다. 이 눈을 일단 가지게 되는 순간, 가족과 세상과 성경은 다르게 보이고 읽히게 된다. 터툴리안은 다음과 같이 이단의 비성경적 본질을 간파한다.
 

이단들은 성경의 말씀을 다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성경의 내용을 가감하여 왜곡시킨다. 성경을 임의적으로 해석하여, 진리를 왜곡한다.4)


유사품을 판매해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 이단들이지만, 그들만의 미혹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생긴 한 가지 궁금증이 있다. 다소 불만스럽더라도 안락하고 안전한 가정과 교회에 머무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왜 굳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불편하고 불안전한 이단을 선택하는가이다.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도 졸업하고, (부자가 되기는 어려워도) 직장생활을 유지하며, (그다지 만족스럽거나 행복하진 않아도) 가정에 남아 있으면 평범하고 무난한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왜 이 모든 걸 냉정하게 팽개치고 스스로 이단을 찾아 그 안에 고집스럽게 머무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명분이 이런 불합리한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일까?

미국의 대표적 사이비 종교 문제 전문가인 스티븐 하산(Steven Hassan)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이유가 ‘마인드컨트롤’(mind control)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마인드컨트롤에 대해 ‘한 사람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정체성으로 바꿔 놓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BITE Model’이라는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5) 첫 번째 유형은 생활 통제(B, Behavior Control)다. 사이비 종교는 신도들에게 헌신을 요구하는 한편, 소소한 일상의 자유까지도 치밀하게 통제한다. 정기적인 교리 교육을 빙자해 시간을 통제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포교활동을 통해 정신을 통제하며, 끊임없는 지시와 명령을 통해 선택의 자유마저도 통제한다.

두 번째 유형은 정보 통제(I, Information Control)다. 인간은 대개 정보를 통해서 삶의 균형과 방향을 잡는다. 그런데 사이비 종교는 신도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통제해서 객관적인 사고와 판단 및 비판의식을 마비시킨다. 이들은 언론 매체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 습득을 악(惡)한 것으로 규정하고 오직 이단 교리와 지도부의 지시만을 따르도록 만든다. 이로 인해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과의 관계가 무너지고 정보마저 통제된 상황 속에서 결국 이단에 모든 것을 맡기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고 만다.

세 번째 유형은 사고 통제(T, Thought Control)다. 사이비 종교는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을 제한하고, 교리 교육을 통해 사고의 통제를 강화한다. 교회에서 행해지는 성경공부를 통해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지만, 이단들의 성경공부를 통해서는 신격화된 이단 지도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의 통제는 결국 비상식적인 신격화를 수용하게 만든다. 이단은 성경을 보는 눈을 바꿔 버린다. 성경의 어떤 내용을 읽더라도 이단의 눈으로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고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 유형은 감정 통제(E, Emotional Control)다. 신도들은 죄의식과 위기감을 반복적으로 교육받으며 이단 지도자에 대한 철저한 복종을 배우게 된다. 이단 지도자는 자신이 얼마나 신격화된 존재인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신도들이 얼마나 죄인인지를 가르친다. 신도들이 점점 죄인들이 되어 갈수록 그 죄를 지적하는 이단 지도자는 점점 영적 권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종말론적 위기감의 조성은 개인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고, 위기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가정과 교회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게 만든다. 스티븐 하산은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보다 마인드컨트롤로부터 회복되는 것이 더 어렵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 그리고 이를 통해 가정과 교회를 회복하는 일이 이단 대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사이비 종교 문제에 있어서 정죄와 분리보다 치유와 회복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이단들의 보편적인 특징들인 신격화, 비성경적 교리, 배타적인 구원관과 함께, 최근 한국 이단들의 교회적 ·사회적 차원의 병폐는 이들의 시한부 혹은 조건부 종말 주장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종말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혹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종말을 소망 가운데 기다린다. 사나 죽으나 우리는 주님의 것임을 고백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삶, 고난, 죽음, 부활, 재림을 세상에 선포하고, 하루하루 어그러지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정결하고 신실한 삶을 살기 위해 선한 싸움을 싸우도록 말씀과 성령을 통해 요구받고 있다. 종말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신앙의 핵심이다. 반면 이단 교주들은 종말을 팔아 세력 확장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단 신도들은 종말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믿었던 종말이 거짓이거나 단지 사리사욕을 위한 사기극이라는 것이 밝혀져도 종말론 집단을 이탈하기보다는 또 다른 종말을 기다리는 이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봐야 하는 것이다. 이단 교주들에게 종말은 목적이 아니라 항상 탁월한 사업 아이템이다.

종말론은 특정한 때의 종말을 주장하는 시한부 종말론과 특정한 조건의 충족을 주장하는 조건부 종말론으로 구분될 수 있다. 먼저, 시한부 종말론은 ‘그날이 곧 온다’고 주장하며 신도들의 맹신(盲信)을 강요한다. 시한부 종말론은 한국 근현대사의 혼란기에 늘 등장해 왔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세상의 고통이 정해진 날에 곧 끝난다는 희망은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 아래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달콤한 유혹이었다.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떤 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하고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기성교회가 임박한 종말과 회복을 내세워 다가오는 이단들의 접근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최근 시한부 종말론의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님의교회다. 하나님의교회가 1988년, 1999년, 2012년의 반복적인 종말 주장을 해 온 것은 최근 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하지만 2012년 종말은 오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하나님의교회가 한편으로는 2012년 종말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2012년 한 해 동안 전국 29개 지역에 부동산을 매입해 대형 교회를 설립했다는 점이다. 하나님의교회 지도자들이 2012년 종말을 믿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만드는 대목이다. 과연 곧 종말이 오는데 땅을 사고 건물을 지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결국 시한부 종말은 실패로 끝났지만, 하나님의교회는 막대한 부를 소유하게 되었다. 하나님의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그들의 재산이 3~4조에 이른다고 한다. 사업을 하지도 않는 하나님의교회가 이 거액의 재산을 어떻게 모았을까? 혹시라도 여기에 시한부 종말을 믿고 헌금한 신도들의 재산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시한부 종말론을 통해 위기감을 조성하고 헌금을 유도한 것으로 볼 만한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종말은 ‘판매용 사업 아이템’이 아니라, 매일의 삶을 성실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강한 영적 힘’이다.

다음으로, 조건부 종말론은 ‘그날이 오면’일어날 일들을 선전하면서 신도들의 맹종(盲從)을 강요한다. 요한계시록의 144,000이 바로 자신들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수가 144,000에 이르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회와 교회와 가정에서 흔들리는 이들에게 144,000에 속해야 한다는 어긋난 선민의식과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다. 조건부 종말론의 대표적인 사례는 신천지다. 신천지는 자신들의 신도 수가 144,000에 이르면 두 가지 일이 벌어진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영원히 죽지 않고 육체 영생한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들이 세상을 다스리는 왕과 같은 제사장이 된다는 주장이다. 육체의 영생을 얻고 세상의 주인이 된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가정과 직장과 학업을 포기하고 신천지 포교에 인생을 거는 수많은 평범한 가장, 가정주부, 청년 ·대학생들이 있다. 심지어는 만약 그들의 앞길을 막는 가족이 있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족을 포기하는 결정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144,000 교리는 허구로 드러났다. 2015년에 이미 신천지 신도들의 수가 144,000을 넘어선 것이다.

2018년 1월 14일의 신천지 총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현재 신천지 신도 수는 18만 6175명이다. 144,000은 넘었지만, 물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생을 얻었다는 증거도 없고, 세상의 주인이 되었다는 작은 단서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144,000 교리의 변개가 이루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144,000명이 차야 한다고 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144,000이 단순한 신도 수가 아니라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들의 숫자”라는 주관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소위 “인 맞음 확인 시험”을 통해 희망고문과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종말은 교회의 소망이다. 모든 죽은 자들과 성도의 교제를 나눈다고 신앙고백하며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을 소망 가운데 하나님에게 먼저 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종말과 부활의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롬 14:8)라고 고백하며 하루하루를 시한부 종말의 위기감이 아닌 평범한 소망 속에 살아간다. 또한 144,000의 완성도 인간 노력의 결과가 아닌 하나님이 값없이 주시는 은혜의 선물이다.(다음 호에 계속)

1)“Prescription against Heretics,”The Fathers of the Church, <www.newadvent.org/fathers>.
2) 이 글은 2018년 5월 12일에 개최된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의 기조강연 내용이다.
3) Ibid., 제3장.

4) Ibid., 제17장.
5) Steven Hassan, Combatting Cult Mind Control (Park Street Press, 1988), 5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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